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까지 떨어지지 않은데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금리 인하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2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결의 첫 배경으로는 불확실성이 커진 물가에 있다.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가도 최근 상승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2월(3.1%)과 3월(3.1%) 두 달째 3%대를 나타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중동 정세 불안에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 5일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 지난 2월 금통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높은 (수준의)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최근 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전환)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미국 연준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물가 지표가 최근 2개월간 예상을 웃돈 것을 두고 “일시적으로 튀어 오른 것인지 아닌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도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이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기대는 크게 약화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하반기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두 번 정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