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우리나라 행정기관 대부분이 이렇게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을까. 최근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점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보공개 청구 때 가장 많이 받는 답변 중 하나가 ‘부존재’다. 그런데 실제 정보가 존재하는데도 생성·취합·가공을 해야 하니 부존재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의회에 의원들의 본회의·상임위 개별 출석률 정보 공개를 청구하니 부존재라고 답변해왔다. 의원들의 회의 출석 정보가 없을 수 있겠나. 취합·가공하기 귀찮으니(또는 싫어서) ‘없는 정보’(부존재)라고 답변한 것이다.
그런데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서는 부존재 건수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2020년만해도 정보공개 청구 136만여건 가운데 40%에 가까운 53만1086건이 정보 부존재 또는 민원, 취하 등으로 처리됐다고 밝힐 뿐이다. 여하튼 부존재를 정보공개율 산정에 반영할 경우 정보를 공개하는 비율은 95%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 정보의 ‘비공개’와 ‘부분공개’ 문제가 있다. 정보공개율이 95% 이상이라지만, 경험상 체감하는 공개율은 50% 남짓이나 될까. 이는 청구인이 원한 결정적인 정보들은 비공개하고 곁가지 정보만 언급하는 부분공개가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는 다 가린 부분공개는 비공개와 다를 바 없지만, 통계를 낼 때는 공개로 분류된다.
답변 소요기간 문제도 있다. 현재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10일 안에, 연장하면 20일 안에 답변하게 돼 있다. 이 날짜는 근무일 기준이라 한번 연장하면 사실상 한달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여기에 거의 한달이 지난 뒤 부존재 혹은 비공개라고 답변하는 황당한 경우도 겪어봤다. 정보공개 청구 답변 기한도 국민신문고처럼 기본 7일에 1차 연장되더라도 최대 14일 이내로 단축돼야 한다.
이의신청 과정의 단순화도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비공개나 부분공개를 할 경우, 청구인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사유 등을 명시하게 돼 있다. 정보공개 청구 때 그 이유를 기재할 필요가 없는데, 비공개 또는 부분공개에 이의제기를 하는데 왜 추가 설명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에 있어 국회의원·지방의원과 일반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일반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중요 정보일수록 부존재,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아무리 이의제기를 하고 애써봤자 소용없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그 자료들이 의원실을 통해 공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회의원에게 주는 자료도 공개를 전제로 하는데, 왜 국민은 이와 다른 차별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국회의원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 구성원이지만, 따지고 보면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일 뿐이다.
올해로 정보공개법 시행 26년째를 맞았다. 정보공개법 제정 뒤 시민들의 행정기관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투명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란다. 지금이라도 법 제정 취지를 살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정보공개법 제1조)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