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찰 간부급(검사장·차장·부장) 인사 앞뒤로, 지금까지 검사 30여 명이 사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중간간부 인사와 비교하면 사직 인사는 줄었지만, 큰 폭의 사직이 있는 만큼 법무부가 공석을 채우기 위해 추가 인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인사를 두고 부장검사 승진이 어려워지고, 검사장 승진은 짧아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두 차례 검찰 간부 인사가 발표된 이후 사직한 검사는 총 34명이다. 지난 29일 차장·부장급 인사 전후 사표가 수리된 검사는 26명이다. 앞서 13일 검사장 인사 당시엔 8명이 사직했다.
이번 간부급 인사의 사직 규모는 지난해보다 10명 이상 적다.
1년 주기인 간부급 인사가 8개월로 짧아진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태원 참사 수사를 이끈 김창수 부장검사,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단을 이끌었던 김호삼 원주지청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주임 검사와 함께 기소한 원지애 서산지청장 등을 비롯해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을 수사한 서원익 부장, 박진석 부장 등 중간 간부들이 검찰을 떠났다. 사직한 검사 중에는 형사통, 강력통, 특수통 등이 두루 포함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처장 취임 뒤 후속 인사를 앞두고 있다. 차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김선규 수사1부장의 사표는 지난달 29일 수리됐다. 김명석 인권수사정책관(부장검사)도 지난 27일 잇달아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차장과 부장검사의 공백을 메우고 조직개편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차장 공석을 해소하기 위해 의견을 듣고 있다”며 “인선을 빨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적임자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장과 차장의 퇴임 시기에 차이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의도적으로 차이를 두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차장으로서의 적임자를 뽑는 데 시간을 두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줬고, 만약 인선을 하더라도 검증을 거쳐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차장과의 임기 차이가 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개업 고민하는 검사 늘어”
검찰 안팎에서는 이전보다 부장 승진까지 오래 걸리고 검사장 승진까지는 짧아진 점이 특징이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시작된 검사장 기수 하향화가 이어진 반면 중간 간부인 부장 검사가 되기 위한 승진 기간은 길어지고, 폭도 줄어 검사들이 부장승진을 앞두고 사직을 고민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지난달 검사장 인사에서, 가장 기수가 낮은 검사장들은 31기다. 이들은 대체로 차장검사를 2~3차례 지낸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2017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뒤 검사장 승진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18기인 이영렬 직전 중앙지검장보다 5기수나 낮았다. 일각에서는 검사장 승진의 기수 하향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차장을 2번 정도 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평범한 인사가 됐다”며 “검찰 조직이 저연령화된다는 것인데 부족한 경험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레 뒤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검사장 승진까지 기수는 낮아졌지만, 중간 간부인 부장검사 승진까지는 기수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부장급 승진은 사법연수원 37기까지 진행된 상태다. 2008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같은 해 검사로 임관했다면 17년가량 근무한 것이다. 12~15년 정도의 경력으로 부장검사로 승진한 과거와 비교하면, 부장검사 승진까지 재직기간이 더 길어졌다. 또 부장검사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과거 차장검사나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사의를 표하던 관례에서 이제는 ‘부장급 승진’을 앞두고 사직을 고민하는 검사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 부부장 검사는 “이제는 부장검사를 달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며 “부장 승진을 앞두고 변호사 개업을 고민하는 검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