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당대표로 재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나서려면 총선 패배 책임론과 친윤석열(친윤)계의 반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3가지 허들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 놓인 여러 문제를 극복하려면 결국 당내외 높은 지지도가 하나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긍정적으로 말했다.
조해진 의원은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전 위원장이) 총선 때는 구원투수로 출전했다가 패전처리투수로 끝냈는데, 이제는 선발투수, 주전투수로 나서야 한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취임 2년 기자회견이나 민정수석실 부활, 일방적 검찰 인사, 친윤 일색의 비대위 구성 등 총선 패배 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윤 대통령과 여당의 모습 때문에 “매일 1%씩 한 전 위원장 출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강하게 짓누른 건 총선 패배 책임론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책임론에서 한 전 위원장을 구해주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의 이승환 서울 중랑을 조직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총선 패장이 전당대회 나가는 것이 맞냐는데, 이재명 대표가 선거(대선) 패배하고 보궐선거 나가고 당대표 된 사례 보셨지 않나”라고 말했다. 더 큰 책임을 맡음으로써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이 실제 당대표로 나서면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면 친윤계가 비주류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반목하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한다고 우려한다. 한 친윤계 중진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 정권 3년차인데 당정관계가 삐거덕대면 정권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권의 대세가 한 전 위원장으로 넘어가면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 끌어안기로 태세전환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친윤계의 공개 발언에서 최근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안 된다는 불가론이 사라진 점이 그 근거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정치권에선 당대표 출마의 명분과 대선 가도를 위해 윤 대통령의 부하·아바타 이미지는 안 되고,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대세다. 문제는 대립각을 작게 세우면 명분이 안 서고, 크게 세우면 강성 보수 지지층이 이탈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오찬 제안을 거절하는 등 이미 윤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 중요한 현안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