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회가 7조 원대에 이르는 내년도 광주시 본예산을 심의하면서 예비심사격인 상임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2천억 원에 육박하는 사업비를 삭감했다.
반면 광주시는 민원예산 격인 자치구 도로사업 증액분 대부분을 부동의해 집행부와 의회 간 신경전으로 비춰지면서 본심사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지, 갈등이 깊어질지 주목된다.
6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행정자치·환경복지·산업건설·교육문화 등 총 4개 상임위는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광주시 29개 실·국이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일반·특별회계 세출예산 중 1천968억 원을 삭감했다. 건수로는 174건에 달했다.
우선, 도시철도2호선 관련 예산 3천58억 원 중 823억 원이 깎였다. “준공 시기 연기와 시 재정 여건 등을 두루 감안해 사업비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는 게 시의회 입장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도 900억 원에서 800억 원으로 100억 원 삭감됐다. 시 재정난 등을 고려해 지난해 본예산 수준으로 반영됐다.
아시아음식 관광명품화 거점공간 조성사업비 12억원은 효과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노후 가로등 밝기 개선사업비 16억원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덕남정수장 동복계통 비상도수관로 사업비 18억2천200만 원은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두 전액 삭감됐다.
2038 광주·대구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 타당성조사 사업비 2천500만 원은 선행 연구용역인 주민설문과 기반조사, 경제성·파급효과, 경기장 운영계획 모두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사업비도 감액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사용한 장갑차와 헬기 등 진압 장비를 이전·전시하기 위한 사업비 1억5천만 원도 전액 삭감됐다. “2차 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시민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사업 추진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 예결특위에서 부활할지 관심이다.
시민참여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시민 생존수영교실과 비엔날레 호수공원 펀시티 조성, 로고젝트를 활용한 안전하굣길 조성사업 등이 기존 사업과 유사·중복되거나 장소가 적절치 않거나 효과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았다.
한편 자치구 민원성 도로개설 사업 8건(18억5000만원)의 경우 당초 시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가 의회 상임위 심사에서 새롭게 반영돼 증액됐으나 시는 불요불급한 사업이라고 보고 부동의했다. 소위 ‘쪽지 예산’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는 또 지역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증진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 중인 광주노동인권회관 건립사업비 32억 원도 재정 부담과 기능 중복을 이유로 부동의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삭감액이 이례적으로 많다”며 “예비심사는 마무리됐고, 본심사나 다름없는 예결특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얼마나 되살아날지, 부동의 처리된 사업들이 당초 조정안대로 부활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본예산에 대한 예결특위 심사는 8∼9일 이틀간 이뤄지고, 14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 처리될 예정이다.
한편 광주시의회 정무창 의장은 지난달 27일 본예산 심의를 앞두고 “광주의 재정상황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녹록치 않다”며 “시민들의 혈세가 목적과 취지에 맞게 편성됐는지, 지금 광주에 꼭 필요한 사업인지 등을 냉철하게 따져가며 심의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