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 폴더블(접는)폰 ‘갤럭시Z’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13’ 등 신제품들이 최근 반도체 칩 부족으로 개통 및 배송 지연에 시달리고 있는만큼, 향후 양사의 생산량 조절도 불가피해 보인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4만1400만대로 예측됐다. 이는 당초 카운터포인트가 예측했던 출하량 전망치 14억4700만대보다 3400만대나 줄어든 규모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연간 성장률도 기존 9%대에서 6%대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후 올초 강력한 반등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이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량으로 부품 주문을 진행했고, 올 1분기 소비자 수요도 급증했다.

하지만 문제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서 터졌다. 올 2분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부품업체들로부터 주요 부품의 80%만 공급받을 수 있었다. 3분기엔 상황이 더 악화돼 부품 납품 비율이 70%에 그친 곳도 나왔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스마트폰 산업의 90%가 반도체 부족 영향을 받고 있고, 이는 올 하반기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 같은 반도체 부족 사태의 장기화는 글로벌 스마트폰 ‘빅2’인 삼성과 애플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삼성의 경우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3’가 출시 초반 큰 인기를 얻으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현재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반도체 수급 문제와 주 생산지인 베트남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 등 문제들이 겹쳐서다.

특히 반도체 부족 사태는 국내 주요 부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삼성의 A부품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의 ‘갤럭시S21 팬에디션(FE) 모델만 하더라도 이미 부품을 다 준비해 놨지만 삼성이 부족한 반도체를 갤럭시Z 시리즈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면서 FE 모델용 부품들도 재고로 쌓아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품업계에서도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미국, 유럽, 중국 등 1차 출시국들을 대상으로 ‘아이폰13’을 출시했지만 배송 기간이 4~5주에 이르는 등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지난 1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국내에서도 불과 며칠 만에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3의 경우도 전작인 아이폰12와 비교해 초도 물량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에 비해 애플은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애플이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최대 고객인만큼, 물량 확보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서다.

톰 강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이사도 “반도체 부족이 생태계의 모든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애플의 경우 가장 회복력이 좋고 모바일 프로세서(AP) 부족 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삼성과 애플은 향후 제품 생산량을 일부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삼성이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S22’ 시리즈의 생산량도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애플도 아이폰13 이전 모델의 반도체 주문량을 줄이는 등 아이폰13 생산 안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올 하반기면 해소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컸지만, 최근 이것이 장기화하면서 내년 초까지는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일부 생산량 조절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